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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본인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2021《DMZ 극장》 공연 당시 촬영

 

6개월 동안 폴댄스를 배워 공중에서 학이 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제8전시실, 탄성 하나 없는 시멘트 바닥 위에서 토슈즈를 신고 춤을 춰야 했던 무대 이야기입니다. 《DMZ 극장》은 저에게 단순히 색다른 공연이 아니라, 예술의 경계와 제 몸이 가진 움직임의 경계를 동시에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본인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2021《DMZ 극장》 공연 당시 촬영

다원예술로 재구성된 DMZ의 공간

《DMZ 극장》은 정연두 작가와 연출가 수르야가 함께 만든 다원예술(interdisciplinary art)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 다원예술이란 시각예술, 공연, 음악, 무용 등 둘 이상의 장르가 하나의 작품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형식을 말합니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조용히 감상하는 방식도 아니고, 극장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방식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놓인 형태였습니다.

작품의 출발점은 비무장지대(DMZ) 인근 마을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온 설화와 구전 이야기였습니다. DMZ, 즉 비무장지대란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남북 양측 군대가 주둔하지 않기로 합의한 완충 구역으로,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약 248km의 지대입니다. 이 작품은 그 무거운 역사적 공간을 정치적 사실로 설명하는 대신, 설화와 상상의 언어로 다시 써내려갔습니다(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관람 방식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 작품에서 관객은 객석(audience seating)에 앉아 정해진 무대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객석이란 공연자와 관람자 사이의 물리적 경계를 만드는 장치인데, 《DMZ 극장》은 그 경계 자체를 없애버렸습니다. 관객은 전시 공간을 직접 걸어 다니며 퍼포먼스와 설치 오브제를 동시에 경험합니다. 저도 처음 이 구조를 들었을 때 "과연 무대가 어디서 끝나고 전시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작품이 특히 주목한 것은 인간이 만든 경계와 자연의 논리 사이의 역설이었습니다. 사람은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없지만, 새와 동물에게 그 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DMZ 극장》은 하늘을 자유롭게 오가는 학을 통해 이 역설을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했습니다. 제가 맡은 역할이 바로 그 학이었습니다.

  • 장르: 사진·설치·오브제·영상·음악·무용이 결합된 다원예술 퍼포먼스
  •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제8전시실 (시멘트 바닥, 백스테이지 없음)
  • 주제: DMZ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는 학을 통해 '경계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질문
  • 관람 방식: 고정 객석 없음, 관객이 전시 공간을 이동하며 작품 경험
요약: 《DMZ 극장》은 DMZ 설화를 다원예술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물고 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퍼포먼스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학 퍼포먼스, 그 경계 없는 무대의 실체

제가 직접 이 작품에 참여했을 때, 가장 먼저 실감한 것은 '공연 환경'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많은 것을 전제하고 있었는지였습니다. 일반적인 무용극장에는 탄성(elastic) 바닥재가 깔려 있습니다. 탄성 바닥재란 발레리나가 토슈즈로 착지할 때 충격을 흡수해주는 특수 플로어링으로, 관절과 근육을 보호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 제8전시실 바닥은 그냥 시멘트였습니다. 공연을 마친 날이면 충격이 고스란히 뼈와 관절로 전달되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매일 몸살 수준의 피로가 쌓였습니다.

동선 문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반 극장에는 무대 뒤편인 백스테이지(backstage)가 있습니다. 백스테이지란 무대 뒤에서 의상을 갈아입고 다음 장면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공연의 흐름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입니다. 그런데 이 전시실에는 그것이 없었습니다. 상수에서 하수로 이동하려면 전시실 뒤로 갈 수가 없어서, 옆 계단을 뛰어 내려가 미술관 관람객들이 줄 서 있는 티켓부스 옆을 전속력으로 가로질러 다시 반대편 계단을 올라가야 했습니다. 그것도 깃털 장식이 달린 학 의상을 입은 채로요. 갑자기 등장한 저를 보고 놀란 관람객이 실제로 신고를 넣은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엔 당혹스러우면서도 이상하게 그 상황 자체가 작품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작품에서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장면은 폴(pole)을 타고 공중에서 학의 비행을 표현하는 시퀀스였습니다. 폴 퍼포먼스란 수직으로 세워진 금속 폴에 몸을 지지해 공중에서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는 기술로, 근력과 균형 감각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발레에서 무용수가 오랜 시간 공중에 정지해 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다른 근육의 언어였습니다. 이 장면 하나를 위해 약 6개월 동안 폴댄스를 따로 배웠습니다. 연습 기간 내내 팔과 허벅지에 멍이 가시질 않았지만, 발레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몸을 쓰는 그 과정 자체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출처: 국립현대미술관 《DMZ 극장》 전시 정보).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것과 공연자의 최소한의 환경까지 없애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새로운 형식의 다원예술을 시도한다면, 그 공간에서 움직이는 공연자의 신체 조건과 동선에 대한 세심한 고려도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작가의 설치물과 상상 속 인물들 사이를 한 마리 학이 되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그 움직임은 어떤 무대에서도 복제할 수 없는 감각이었습니다.

요약: 탄성 바닥재도 백스테이지도 없는 미술관에서 토슈즈와 폴 퍼포먼스를 동시에 수행한 경험은, 새로운 예술 형식이 공연자의 신체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사진 출처: 본인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2021《DMZ 극장》 공연 당시 촬영

 

자주 묻는 질문

Q. 《DMZ 극장》은 어디서 열렸고, 지금도 볼 수 있나요?

A.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제8전시실에서 선보인 작품입니다. 현재는 종료된 전시이지만,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전시 기록과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원예술 특성상 동일한 형태로 재연되기보다는 공간과 맥락에 따라 변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다원예술이 일반 공연이나 전시와 다른 점이 뭔가요?

A. 다원예술은 시각예술, 무용, 음악, 퍼포먼스 등 여러 장르가 하나의 작품 안에서 동등하게 결합하는 형식입니다. 일반 전시는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고, 일반 공연은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다원예술은 그 두 경계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삼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관객의 이동 경로와 시선 자체가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됩니다.

 

Q. 발레리나가 폴댄스를 배우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A. 작품에서 요구되는 수준과 개인의 신체 조건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저의 경우 공중에서 학의 비행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특정 시퀀스를 완성하는 데 약 6개월이 걸렸습니다. 발레로 단련된 근력과 유연성이 기반이 되었지만, 폴에 매달릴 때 사용하는 근육군은 발레와 상당히 달라 처음엔 멍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Q. DMZ가 예술 작품의 소재로 자주 쓰이나요?

A. 분단이라는 역사적 무게 때문에 꾸준히 예술가들의 관심을 받아온 공간입니다. 다만 대부분의 작품이 정치적·다큐멘터리적 접근에 집중하는 반면, 《DMZ 극장》은 설화와 신화, 상상의 언어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경계라는 개념 자체를 보편적 질문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예술적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결론

《DMZ 극장》을 돌아보면, 이 작품이 던진 질문은 DMZ에만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발레리나는 발레만 해야 한다는 경계, 미술관은 조용히 감상하는 곳이라는 경계, 무용수와 관객 사이의 경계. 학이 군사분계선을 아무렇지 않게 넘듯, 저도 익숙한 발레의 문법 밖으로 걸어나가 폴을 잡고 공중으로 올라갔습니다. 그 6개월의 연습이 결국 저에게는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시도하는 작품을 접할 기회가 있다면, 불편함을 감수하고 들어가 보시길 권합니다. 제 경험상,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가장 선명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참고: 국립현대미술관 《DMZ 극장》 전시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