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전공하고 무대에서 발끝으로 서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는데도, 폴에서 몸을 거꾸로 뒤집는 순간 제가 알던 균형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같은 몸, 같은 발끝인데 방향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낯설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통해 균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 이야기입니다.발레 경험이 있어도 거꾸로 자세 앞에선 처음부터 다시저도 처음엔 폴에서도 발레 감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발레단에서 활동하며 오랜 시간 다져온 균형 감각이 있었고, 발끝으로 서는 동작에서만큼은 꽤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폴에 매달려 몸을 거꾸로 뒤집는 순간, 그 자신감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균형은 근력 하나만으로 유지되는 게 아..
폴댄스나 이그조틱 댄스를 보면서 "저 신발이랑 폴만 있으면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저도 솔직히 처음엔 그랬습니다.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요.막상 높은 플랫폼 힐을 신고 폴 앞에 섰을 때, 제가 먼저 깨달은 건 이 춤이 생각보다 훨씬 엄격한 신체 언어라는 사실이었습니다.훈련의 진실: 폴과 힐이 감추고 있는 것회전할 때 손을 폴에서 떼는 순간, 몸이 바깥으로 튕겨 나가려는 감각이 생겼습니다.처음엔 원심력 때문인가 싶었는데, 제 경험상 그건 절반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핵심은 무게중심, 즉 몸의 축을 얼마나 빠르게되찾느냐였습니다. 여기서 무게중심이란 몸 전체의 균형이 모이는 지점을 의미하는데, 이 축이 흔들리는 순간 회전 반경이 커지고 몸이 폴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폴댄서 52명을 분석한 연구(출처..
솔직히 저는 기구가 안정적이면 두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4층 옥상에서 후프 위에 올라선 순간, 기구의 안정감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몸을 잡아주는 건 후프였지만, 사방으로 뚫린 하늘은 저를 그냥 놔두지 않았습니다. 바닥에 고정된 후프와 열린 공간이 만날 때 몸은 예상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걸, 그날 처음 제대로 알았습니다.고정 후프가 안정적이어도 두려운 이유이번에 제가 올라선 건 천장에 매달린 에어리얼 후프(Aerial Hoop)가 아니었습니다. 에어리얼 후프란 천장에 리깅(rigging), 즉 안전 고정 장치를 통해 매달아 공중에서 자유롭게 흔들리도록 설치한 원형 기구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번 후프는 달랐습니다. 바닥에 세워진 폴(pole) 위에 원형 프레임이 고정된..
발레 바를 잡고 있어도 그것에 기대는 순간 훈련의 의미는 사라집니다. 처음 폴을 접했을 때 저는 이 차이를 몸으로 꽤 선명하게 느꼈습니다. 둘 다 수직으로 세워진 기구지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었습니다.발레 바는 왜 의지하면 안 되는가발레 바 훈련에서 바를 잡는 행위는, 스스로 중심을 잡기 위한 준비 동작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무게중심(Weight Placement)입니다. 무게중심이란 몸 전체의 질량이 모이는 점으로, 이 지점이 발 위에 정확히 놓여야 바 없이도 자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바는 그 감각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교정하기 위한 보조 장치일 뿐입니다.제가 발레를 처음 배울 때 선생님이 늘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바를 잡는 게 아니라 바 위에 손만 올려라..
6개월 동안 폴댄스를 배워 공중에서 학이 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제8전시실, 탄성 하나 없는 시멘트 바닥 위에서 토슈즈를 신고 춤을 춰야 했던 무대 이야기입니다. 《DMZ 극장》은 저에게 단순히 색다른 공연이 아니라, 예술의 경계와 제 몸이 가진 움직임의 경계를 동시에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다원예술로 재구성된 DMZ의 공간《DMZ 극장》은 정연두 작가와 연출가 수르야가 함께 만든 다원예술(interdisciplinary art)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 다원예술이란 시각예술, 공연, 음악, 무용 등 둘 이상의 장르가 하나의 작품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형식을 말합니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조용히 감상하는 방식도 아니고, 극장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방식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놓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