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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6)
DMZ 극장 (다원예술, 학 퍼포먼스, 공연 경계)

6개월 동안 폴댄스를 배워 공중에서 학이 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제8전시실, 탄성 하나 없는 시멘트 바닥 위에서 토슈즈를 신고 춤을 춰야 했던 무대 이야기입니다. 《DMZ 극장》은 저에게 단순히 색다른 공연이 아니라, 예술의 경계와 제 몸이 가진 움직임의 경계를 동시에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다원예술로 재구성된 DMZ의 공간《DMZ 극장》은 정연두 작가와 연출가 수르야가 함께 만든 다원예술(interdisciplinary art)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 다원예술이란 시각예술, 공연, 음악, 무용 등 둘 이상의 장르가 하나의 작품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형식을 말합니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조용히 감상하는 방식도 아니고, 극장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방식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에 놓인..

발레와 움직임 2026. 8. 15. 01:17
발레 에스메랄다 (탬버린, 바리에이션, 표현력)

「바닷가에서 밸런스를 연습하던 당시의 모습 | 출처: 개인 소장 사진」 발레 《에스메랄다》의 탬버린 바리에이션은 연속 약 8회의 바뜨망(battement)을 토슈즈 위에서 흔들림 없이 해내야 하는 장면입니다. 제가 처음 이 동작을 온전히 성공시켰을 때, 기쁘기보다 다리가 먼저 버텨줬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과 실제 체감 난도 사이의 간극이 큰 작품입니다.탬버린이 완성하는 에스메랄다의 캐릭터클래식 발레의 여성 주인공 하면 흔히 백조나 잠자는 공주처럼 부드럽고 절제된 움직임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에스메랄다는 다릅니다.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당당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온몸으로 풍겨야 하는 캐릭터입니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끌렸던 이유도 바로 그 지점이었습..

발레와 움직임 2026. 8. 14. 15:00
발레 헨젤과 그레텔 (마녀 역할, 캐릭터 연구, 무대 표현)

배역 발표 날, 마녀 역할을 받았다는 걸 확인하고 속으로 "됐다"를 외쳤습니다. 발레 《헨젤과 그레텔》은 그림 형제의 동화를 춤과 마임(mime)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마녀를 연기하면서 테크닉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고, 그 이야기를 지금 꺼내보려 합니다.마녀 역할을 받던 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발레단에서 새 작품이 결정되면 배역 발표까지의 시간이 항상 긴장됩니다. 《헨젤과 그레텔》처럼 이야기 구조가 뚜렷한 창작발레(original ballet)에서는 각 역할의 성격이 워낙 뚜렷해서 더 그랬습니다. 여기서 창작발레란 기존의 클래식 레퍼토리가 아니라 안무가가 새롭게 구성한 작품을 가리킵니다.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발레단과 안무가에 따라..

발레와 움직임 2026. 8. 13. 18:57
호두까기 인형 (줄거리, 캐릭터 춤, 별사탕요정)

솔직히 저는 처음에 별사탕요정의 음악이 오르골 소리인 줄 알았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백화점에서 받아 온 크리스마스 카드, 그 도로롱거리는 맑은 소리와 너무 닮아 있어서요. 나중에야 '첼레스타'라는 건반악기였다는 걸 알았지만, 그 설렘 덕분에 호두까기 인형이라는 작품을 오래도록 곁에 두게 되었습니다. 줄거리부터 캐릭터 춤, 그리고 사탕요정의 그랑 파드되까지 제가 직접 몸으로 겪으며 알게 된 이야기들을 나눠보겠습니다.크리스마스이브의 꿈, 호두까기 인형 줄거리《호두까기 인형》은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발레 작품입니다. 주인공 클라라는 대부 드로셀마이어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고, 모두가 잠든 밤 다시 찾아온 거실에서 상상도 못 한 광경을 마주합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천장까지 커지고..

발레와 움직임 2026. 8. 12. 20:00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줄거리, 로즈 아다지오, 오로라)

무대 위의 오로라는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처음 봤을 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연습해보니, 그 가벼움 뒤에 얼마나 많은 게 숨어 있는지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동화처럼 읽히는 줄거리 뒤로 클래식 발레의 정교함이 촘촘하게 쌓여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1막의 로즈 아다지오는 보는 것과 추는 것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몸으로 가르쳐준 장면이었습니다.줄거리 — 동화 뒤에 숨은 발레의 구조《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이야기는 오로라 공주의 탄생 축하연에서 시작됩니다. 왕과 왕비가 성대한 연회를 열고 여러 요정들이 찾아와 공주에게 축복을 선물하는 장면인데, 이 축복들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후 극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그런데 초대받지 못한 사악한..

발레와 움직임 2026. 8. 12. 17:59
지젤 발레 (꽃점 장면, 윌리 군무, 감상 포인트)

솔직히 저는 처음 《지젤》을 봤을 때 2막만 기억에 남았습니다. 흰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어두운 무대를 가득 채우는 장면이 너무 강렬했거든요. 그런데 몇 번 더 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 작품의 진짜 힘은 1막과 2막이 만들어내는 극적인 온도 차에 있다는 것을. 순수한 사랑의 설렘부터 죽음과 용서까지, 이렇게 넓은 감정의 스펙트럼을 하나의 작품 안에 담아낸 발레가 흔치 않습니다.꽃점 장면이 특별한 이유 — 1막의 감정 설계제가 《지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1막의 '꽃점' 장면입니다. 지젤이 꽃잎을 하나씩 떼어내며 알브레히트의 사랑을 확인하는 그 짧은 순간에, 설렘과 불안이 동시에 담겨 있습니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저는 그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삽화 정도로 여겼습니다...

발레와 움직임 2026. 8. 12.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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