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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 (4)
나뭇가지, 산, 모래 위에서 발견한 움직임|자연이 바꾼 몸의 감각

무용을 오래 하다 보면 몸을 움직이는 장소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거울이 있고, 평평한 바닥이 있고, 일정한 조명이 있는 공간입니다. 그 안에서는 거울을 통해 자세를 확인하고 바닥을 밀어내며 자연스럽게 내 몸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런데 태국을 여행하면서 전혀 다른 공간에서 몸을 움직여보니 재미있는 차이를 발견했습니다. 바닥이 모래가 되기도 하고, 고정된 바나 폴 대신 살아 있는 나뭇가지를 붙잡기도 했으며, 거울 대신 거대한 산을 바라보며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장소가 달라지자 같은 몸인데도 움직임을 느끼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1. 나뭇가지에 몸을 맡기자 움직임이 달라졌다태국 홍아일랜드의 바닷가였습니다. 모래사장 뒤편에는 나뭇가지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이 있었는데, 당시 저는 한창 폴댄스를 배우..

발레와 움직임 2026. 8. 26. 20:05
무용수의 거울 의존이 몸의 감각에 미치는 영향과 올바른 연습 방법

거울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연습 의욕이 뚝 떨어졌던 날이 있었습니다. 바 앞에 사람이 꽉 차서 제 모습이 전혀 비치지 않으면, 솔직히 그날 연습은 반쪽짜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답답함이야말로 제가 거울에 얼마나 깊이 의존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였습니다. 무용수에게 거울은 분명 필요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거울을 많이 본다는 것이 자신의 몸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뜻은 아닐 수 있습니다. 거울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이유연습실에서 바 워크를 할 때, 앞줄에 사람이 많으면 거울에 제 모습이 제대로 안 보이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저는 바 동작을빨리 끝내고 센터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심지어 동작을 대충 넘긴 적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거울..

발레와 움직임 2026. 8. 25. 23:41
발레로 표현한 성장 (미완성의 몸, 날개, 움직임)

커다란 탈을 뒤집어쓰고 무대에 올랐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조명이 켜지는 순간 탈 안쪽 플라스틱에 김이 서려눈앞이 완전히 하얘졌거든요. 이 작품은 어린아이처럼 미숙한 몸에서 시작해 안으로 응축되고, 마침내 거대한 날개를 펼치는 존재의 세 단계 성장을 발레로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지금까지 올랐던 무대 중 가장 낯설면서도 가장 많은 것을 배운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미완성의 몸 — 보이지 않아서 오히려 더 잘 보였습니다발레를 오래 하면 무의식적으로 몸을 곧게 세우고, 동작의 선을 정돈하려는 습관이 붙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역할의 첫 번째 단계는 정반대를 요구했습니다. 몸에 비해 지나치게 큰 탈을 뒤집어쓴 채, 방향을 예측할 수 없이 움직이는 어린 존재를 표현해야 했거..

발레와 움직임 2026. 8. 18. 09:40
발레 헨젤과 그레텔 (마녀 역할, 캐릭터 연구, 무대 표현)

배역 발표 날, 마녀 역할을 받았다는 걸 확인하고 속으로 "됐다"를 외쳤습니다. 발레 《헨젤과 그레텔》은 그림 형제의 동화를 춤과 마임(mime)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마녀를 연기하면서 테크닉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고, 그 이야기를 지금 꺼내보려 합니다.마녀 역할을 받던 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발레단에서 새 작품이 결정되면 배역 발표까지의 시간이 항상 긴장됩니다. 《헨젤과 그레텔》처럼 이야기 구조가 뚜렷한 창작발레(original ballet)에서는 각 역할의 성격이 워낙 뚜렷해서 더 그랬습니다. 여기서 창작발레란 기존의 클래식 레퍼토리가 아니라 안무가가 새롭게 구성한 작품을 가리킵니다.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발레단과 안무가에 따라..

발레와 움직임 2026. 8. 1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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