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신데렐라》는 대사 한 마디 없이 오직 몸짓과 음악만으로 두 시간짜리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처음 이 사실을 실감한 건 무대 위에서 직접 못된 언니를 연기하던 순간이었습니다. 아름답게 추는 것만으로는 전혀 부족했고, 저는 그날 비로소 발레가 얼마나 치밀한 연기 예술인지 깨달았습니다.프로코피예프 음악이 만드는 감정의 지형도발레 《신데렐라》의 음악을 쓴 사람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입니다. 이 작품의 음악이 특별한 이유는 장면마다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데렐라의 고독한 일상을 묘사할 때와 화려한 무도회 장면, 그리고 자정을 앞둔 긴박한 순간은 같은 작곡가의 손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다른 질감을 가집니다.특히 주목할 부분은 파드되(pas de deux) 장면입니다. 파드되란 두..
1936년 단 4일 만에 완성된 작품이 90년 가까이 전 세계 어린이 공연의 단골 레퍼토리로 살아남았습니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 이야기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어린이용 작품이니 단순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무대에 올라보고 나서야 이 작품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된 음악인지 실감했습니다.단 4일 만에 태어난 음악 교과서《피터와 늑대》는 1936년 프로코피예프가 모스크바 중앙 어린이 극장의 의뢰를 받아 작곡한 작품입니다. 초연은 같은 해 5월 2일, 바로 그 극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출처: 마린스키 극장 공식 홈페이지). 작곡에 걸린 시간이 불과 나흘이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믿기 어렵습니다.이 작품의 공식 장르 명칭은 '교향적 동화(Symphonic fairy tale)'입니다. 여기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