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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이 드리워진 어두운 공간에서 음산한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박쥐가 날아다니는 듯한 소리와 어두운 조명 속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할로윈의 미스터리한 소녀였습니다. 바닥이 아닌 공중에 매달린 둥근 후프 위에서 움직여야 했기에, 작품의 분위기만큼이나 낯설고 신비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에어리얼 후프가 발레보다 훨씬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움직여보니 후프는 몸을 힘들게 만드는 기구인 동시에, 내 몸의 무게를 대신 받아주는 지지대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 편안함을 얻기 위해서는 몸을 맡길 정확한 위치와 중심을 찾아야 했습니다.

 

 

사진 출처: 직접 촬영한 개인 소장 사진입니다.

 

흔들리는 세상에서 잠시 눈을 감다

사진 속 동작 자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몸이 후프 안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후프가 체중을 받쳐주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하게 자세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더 어려웠던 것은 처음 후프에 올라타는 과정이었습니다.

후프는 고정된 기구처럼 보이지만, 올라타는 방법이나 힘의 방향이 조금만 어긋나도 좌우로 회전하고 위아래로 크게 흔들렸습니다. 눈앞의 공간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면서 어지럽고 멀미가 날 것 같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장면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그 움직임에 모든 정신이 빼앗길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때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물리적인 흔들림을 차단하고, 후프가 몸의 어느 부분에 닿아 있는지와 내 몸이

어느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지를 느끼려고 했습니다. 외부의 움직임 대신 몸 안의 감각에 집중하자 흩어졌던 정신이 조금씩 모였고, 중심도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눈을 감는 행동은 두려움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몸으로 돌아오기 위한 짧은 집중의 시간이었습니다.

 

중력을 덜어주는 후프가 통증으로 바뀌는 순간

발레에서는 서 있는 동안 내 힘으로 몸을 끌어 올리며 중력을 거슬러야 합니다. 반면 에어리얼 후프에서는 몸을 기구에 걸치거나

얹을 수 있습니다. 후프가 내 몸무게를 지탱해주기 때문에 의자에 걸터앉은 것처럼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후프의 장점은 몸의 위치가 어긋나는 순간 아주 큰 단점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라베스크 라인과 같은 동작을 보여주거나 특정한 자세로 전환할 때는 후프가 허벅지 안쪽과 몸의 경계 부분에 정확히 안착해야 했습니다. 무게중심과 지지점이 맞으면 힘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편안하게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프가 정확한 위치에서 아주 조금만 벗어나도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강한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원래 후프가 받아주어야 할 체중이 잘못 자리 잡은 한곳으로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통증이 너무 갑작스러우면 몸을 움직이지 못하거나 순간적으로 후프를 놓칠 수 있고,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려다가 아래로 떨어질 위험도 있었습니다.

동작마다 몸을 맡겨야 하는 지점과 무게중심의 위치가 달랐습니다. 그 위치가 정확하면 후프는 편안한 지지대가 되었지만,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통증과 추락의 위험을 동시에 만드는 기구가 되었습니다. 중력의 부담을 덜어주는 만큼, 내 몸을 어디에 맡기고 있는지 더 세밀하게 알아야 했습니다.

 

발레로 익힌 중심은 공중에서도 먼저 반응했다

에어리얼 후프 작품을 준비하면서 발레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발레는 토슈즈를 신고 아주 좁은 발끝으로 바닥을 누르며 움직이는 춤입니다. 작은 면적으로 몸 전체를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내 몸의 중심과 위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발레를 하면서 저는 몸이 어느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지, 힘을 어디로 옮겨야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지를 몸 안에서 익혀왔습니다. 그래서 지지대가 바닥이 아닌 얇고 둥근 후프로 바뀌어도 몸은 여전히 중심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후프가 흔들리거나 몸의 위치가 변할 때 머리로 하나씩 계산하기 전에 몸이 먼저 중심을 찾았습니다. 이미 몸 안에 균형을 회복하는 감각이 훈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저는 버티는 데에만 힘을 쓰지 않고 손끝과 발끝의 선, 시선과 상체의 방향을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거미줄과 어두운 조명, 음산한 소리가 만들어낸 할로윈 공간에서 저는 미스터리한 소녀의 분위기를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후프 위에서 균형을 잡는 기술과 발레에서 익힌 표현이 만나면서, 단순히 공중에 매달리는 동작이 하나의 짧은 작품으로 바뀌었습니다.

 

후프에 몸을 맡긴다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

에어리얼 후프를 경험하기 전에는 공중 동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팔의 힘이나 유연성이라고 생각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느낀 핵심은 힘보다 정확한 위치와 집중력이었습니다. 보기에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자세라도 그 안에서는 몸의 무게가 어디에 실리고 있는지를 아주 세밀하게 감지해야 했습니다.

후프에 몸을 맡긴다는 것은 아무 힘도 쓰지 않고 편안하게 매달린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중력의 일부를 기구가 대신 받아주는 만큼, 나는 그 기구와 내 몸이 만나는 지점을 정확히 선택해야 했습니다. 잘 맞는 위치에서는 자유로운 움직임을 얻을 수 있지만, 잘못된 위치에서는 그 자유가 곧바로 통증과 위험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균형은 단순히 넘어지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몸의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고, 위험해지기 전에 중심을 다시 조절하며, 안전한 상태에서 표현을 이어가는 능력까지가 진짜 균형이었습니다. 바닥을 떠난 뒤에야 오히려 발레를 통해 익혀온 몸의 감각이 얼마나 깊게 남아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에어리얼 후프가 남긴 감각

후프는 중력을 덜어주는 편안한 지지대였지만, 정확한 위치를 벗어나는 순간 통증과 추락 위험을 만드는 기구이기도 했습니다.

흔들리는 공간에서 잠시 눈을 감고 몸의 감각에 집중했으며, 발레로 익힌 균형감각 덕분에 공중에서도 중심을 찾아 표현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중력을 덜어낸 만큼 더욱 정확하게 나를 맡겨야 한다는 것, 그것이 후프 위에서 새롭게 배운 움직임의 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