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진 출처 : 《돈키호테》 공연 리허설 당시 직접 촬영 및 개인 소장 사진

발레 《돈키호테》는 무대 위에서 볼 때 그저 화려하고 경쾌한 작품처럼 보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연습실 안에서 이 작품을 경험하고 나서야 그 아름다움 뒤에 얼마나 혹독한 과정이 숨어 있는지 실감했습니다. 무대 위의 키트리가 그토록 당당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돈키호테, 사실 주인공은 키트리입니다

《돈키호테》라는 제목 때문에 처음 보러 가는 분들은 종종 돈키호테가 주인공인 줄 알고 오십니다. 저도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그 이름에 혼동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이 오르는 순간 무대의 중심을 단번에 장악하는 건 당찬 이발사 딸 키트리와 그녀의 연인

바질입니다. 돈키호테는 오히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이어주는 조력자에 가깝습니다.

이 작품이 다른 고전 발레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포르 드 브라(Port de Bras)의 성격입니다. 포르 드 브라란 팔의 흐름과 모양을 통틀어 일컫는 발레 용어로, 무용수의 감정과 인물 성격을 표현하는 핵심 수단입니다.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가 부드럽고 서정적인 포르 드 브라로 연약함과 슬픔을 표현한다면, 키트리의 포르 드 브라는 훨씬 빠르고 선명하며 자신감이 넘칩니다.

여기에 부채가 더해집니다. 키트리는 부채를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표현 도구로 씁니다. 빠르게 펼치거나 얼굴 가까이 당겼다가

멀리 내밀며 시선을 객석으로 보내는 순간, 키트리라는 인물의 성격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제가 이 작품을 연습하던 시절, 발레 선생님께서 "발끝만 따라가는 관객은 절반밖에 못 본다"고 하셨는데, 지금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발레 감상 초보자들은 다리 동작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 경험상 키트리의 손끝과 부채, 시선의 방향까지 함께 쫓다 보면 이 작품의 매력이 배로 느껴집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공연 자료에 따르면 《돈키호테》는 키트리와 바질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 서사로 구성하며, 키트리 역은 기술과 표현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고난도 배역으로 분류됩니다(출처: American Ballet Theatre).

  • 키트리는 포르 드 브라와 부채로 인물 성격을 표현하는 배역
  • 팔의 흐름과 시선까지 함께 보면 작품의 매력이 두 배로 느껴짐
  • 돈키호테는 제목과 달리 키트리·바질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 서사
요약: 《돈키호테》의 진짜 주인공은 키트리이며, 부채와 포르 드 브라까지 함께 봐야 이 작품의 성격이 제대로 보입니다.

 

푸에테와 피루엣, 아름다운 동작의 이면

《돈키호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빠르게 연속으로 이어지는 회전 동작입니다. 피루엣(Pirouette)은 한쪽 다리를 축으로 몸을 회전하는 발레의 기본 기술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포팅(Spotting)인데, 스포팅이란 회전 중 시선을 한 지점에 빠르게 고정하고 돌아오는 기법으로 어지러움을 방지하고 회전 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보다 더 강렬한 볼거리는 그랑 파드되의 코다에서 이어지는 푸에테(Fouetté)입니다. 푸에테란 한쪽 다리로 중심을 잡으면서 반대쪽 다리를 채찍처럼 빠르게 돌려 회전의 힘을 계속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한 발로 서서 스스로 동력을 만들며 수십 번을 연속으로 도는 동작입니다. 무대 위에서 보면 마치 팽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목과 무릎, 고관절의 정교한 협응과 막대한 근력이 동시에 요구됩니다.

제가 학창 시절에 이 작품을 연습할 때, 함께 하이라이트를 준비하던 친구가 반복된 연습으로 발톱이 여러 번 빠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콩쿠르를 앞두고 발톱이 덜렁거릴 정도로 다친 친구는 결국 눈물을 머금고 발톱을 뽑아야 했습니다. 그 장면은 어린 저에게 상당히 충격적이었고, 지금도 《돈키호테》를 볼 때마다 그날이 떠오릅니다.

일반적으로 무용수들이 힘들어 보이게 표현하는 것이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반대라고 봅니다. 키트리의 진짜 매력은 그 어려운 기술을 마치 장난치듯 여유 있게 해내는 데 있습니다. 힘든 내색 없이 웃으며 돌아야 하는 것,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는 걸 직접 연습실에서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요약: 푸에테와 피루엣은 《돈키호테》의 클라이맥스를 만드는 기술이며, 그 화려함 뒤에는 관객이 보지 못하는 혹독한 반복 훈련이 있습니다.

 

그랑 파드되, 어떻게 보면 더 깊이 즐길 수 있을까

《돈키호테》 마지막 결혼식 장면에서 펼쳐지는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는 이 작품의 정점입니다. 그랑 파드되란 두 명의 무용수가 함께 추는 대규모 2인무로, 보통 아다지오·바리아시옹·코다의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아다지오에서는 두 사람의 호흡과 균형이 중심이 되고, 코다에서는 각자의 빠른 회전과 점프로 절정을 맞이합니다.

특히 아다지오에서 키트리가 한쪽 다리로 오랫동안 중심을 잡는 밸런스 장면은 객석까지 긴장감이 전해집니다. 겉으로 보면 그냥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목·종아리·복부·등까지 온몸이 쉬지 않고 작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키트리는 부채를 들고 여유로운 표정까지 유지해야 합니다. 솔직히 이건 제가 직접 연습해보고 나서야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된 부분입니다.

무용수마다 키트리를 표현하는 방식도 꽤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발랄하고 통통 튀는 키트리보다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섹시한 매력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키트리를 더 좋아합니다. 간혹 힘과 에너지가 너무 강조돼서 동작이 지나치게 박력 있게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강렬한 테크닉 속에서도 여성스러운 선이 살아 있는 키트리가 가장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취향이지만, 다양한 발레리나의 키트리를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돈키호테》를 즐기는 방법이 훨씬 풍부해집니다.

발레 연구자 수잔 포스터(Susan Foster)의 분석에 따르면 파드되의 구조는 단순한 2인무를 넘어 두 인물 사이의 관계와 감정 서사를 압축해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합니다(출처: UC Press, Reading Dancing). 《돈키호테》의 그랑 파드되가 유독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테크닉과 함께 가장 농축된 형태로 완성되는 순간이기 때문일 겁니다.

요약: 그랑 파드되는 《돈키호테》의 정점으로, 테크닉과 감정 서사가 동시에 압축되는 장면입니다. 무용수별 키트리 표현 차이를 비교하며 보면 감상이 훨씬 깊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돈키호테 발레는 발레 입문자도 즐길 수 있나요?

A. 제 경험상 《돈키호테》는 발레를 처음 보는 분들도 비교적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음악이 경쾌하고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며, 회전과 점프 같은 화려한 테크닉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발레는 어렵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 작품만큼은 첫 발레 관람으로 추천할 만합니다.

 

Q. 푸에테 연속 32회가 정말 기준인가요?

A. 그랑 파드되 코다에서 32회 연속 푸에테는 오랫동안 발레리나의 기량을 가늠하는 상징적인 기준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다만 모든 무용수가 정확히 32회를 채우는 것이 절대적 규칙은 아니며, 안무가나 단체마다 조금씩 다르게 구성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회수보다 회전 내내 안정적인 축과 여유 있는 표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키트리 역은 왜 어렵다고 하나요?

A. 키트리는 빠른 회전, 높은 점프, 정교한 밸런스 같은 고난도 테크닉을 소화하면서 동시에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는 배역입니다. 기술적으로 힘든 것은 물론이고, 그 힘듦을 전혀 티 내지 않고 여유롭게 보여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렵습니다. 제가 연습실에서 직접 보고 느낀 바로는 테크닉보다 표정 관리가 더 힘들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Q. 발레 《돈키호테》에서 어느 장면을 집중해서 보면 좋을까요?

A. 처음 보신다면 마지막 결혼식 장면의 그랑 파드되를 특히 집중해서 보시길 권합니다. 아다지오에서 키트리가 한 발로 서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순간과 코다의 연속 회전이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다리 동작뿐 아니라 부채를 든 손과 시선의 방향까지 따라가다 보면 감상이 훨씬 풍부해집니다.

 

결론

저에게 《돈키호테》는 단순히 화려한 발레가 아닙니다. 연습실에서 친구가 발톱을 뽑아가며 무대를 준비했던 기억, 그럼에도 무대 위에서 여유롭게 웃으며 돌아야 했던 키트리의 모습. 그 이면을 한번 보고 나면 이 작품이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포르 드 브라, 피루엣, 푸에테, 그랑 파드되. 용어를 몰라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키트리의 손끝, 부채의 움직임, 그리고 회전하는 내내 흐트러지지 않는 표정을 한 번만 더 의식하며 보신다면 《돈키호테》가 왜 고전 발레의 정수로 꼽히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서로 다른 발레리나가 어떻게 키트리를 표현하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작품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참고: American Ballet Theatre — Don Quixote Synop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