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연 준비 첫날, 서로 다른 분야에서 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가장 먼저 한 일은 안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천 한 장을 나눠 잡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훈련이지?' 싶었는데, 그 천 속에서 제가 배운 건 동작의 기술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방식이었습니다.공기가 매개체가 된다는 것 — 집단즉흥의 실제 구조일반적으로 무용 워크숍이라고 하면 거울 앞에서 동작을 익히고 맞추는 장면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희가 진행한 워크숍은 집단즉흥(group improvisation) 방식이었는데, 여기서 집단즉흥이란 미리 짜놓은 안무 없이 참여자들이 서로의 움직임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함께 움직이는 형식을 말합니다. 리더도, 정해진 순서도..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면 대개 그림 앞에 가만히 서서 화면 속 색과 형태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빛의 벙커에서 만난 고흐의 작품은 액자 안에 멈춰 있지 않았습니다. 거대한 벽면을 가득 채운 색채가 음악과 함께 흘러가고, 익숙한 그림 속 풍경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고흐의 대표작인 〈별이 빛나는 밤〉이 실제 밤하늘처럼 움직이는 순간, 저는 그 장면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무용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도 아니었고 미리 준비한 안무도 없었지만, 영상의 흐름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여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날의 짧은 시도는 명화와 미디어, 그리고 무용수의 움직임이 한 공간에서 만날 때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고흐의 명화가 살..
